지하철을 탈 때만 해도 비가 그쳤는데, 삼성역에서 내라자 다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좀처럼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이내 우산을 쓰고 학여울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신발과 바지는 이미 젖어버렸다. 한 5분 정도 걸었을까. 빗속을 뚫고 간신히 도착한 곳은 ‘우래옥 감남점’이다.
우래옥은 우리나라에서 평양냉면으로 최고로 손꼽히는 음식점이다. 최근 남북 관계가 회복되면서 평양냉면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우래옥은 평양냉면 초심자가 맛봐야 할 곳이라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선정된 맛집이다. 영업시간은 (평일) 11:30-15:00, 17:30-21:00. (토요일) 11:30-15:00, 17:00-21:00. (공휴일/일요일) 11:30-21:00이다. 휴무일은 월요일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예상했던 대로 대기손님이 많았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잠시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바지와 양말은 이미 비에 흠뻑 젖었다. 비에 젖은 양말이 껍껍해서 기다리는 내내 좌불안석이다. 다행히 웨이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안내를 받고 층계참으로 내려갔다. 음식점이 상당히 넓고, 테이블 수도 많다. 덕분에 손님 회전율이 빠른 편인 것 같다. 신발을 벗고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1인 테이블은 따로 없다. 많이 붐볐던 터라 4인용 테이블에 혼자 덩그나리 앉아 있는 게 조금 마음이 쓰였다.
메뉴와 가격은 다음과 같다. 육회 55,000원. 불고기 33,000원. 소금구이(등심) 55,000원. 갈비 51,000원. 혀밀구이 30,000원. 혀밀소금구이 30,000원. 냉면 13,000원. 냉면사리 (1) 7,000원 (1/2) 4,000원. 온면 13,000원. 비빔냉면 13,000원. 장국밥 11,000원. 육개장 12,000원. 갈비탕 15,000원이다.
메뉴판을 받자마자 말설임없이 아주머니에게 평양냉면을 주문했다. 벽에는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장식품은 일체 없었다. 아주머니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테이블을 치우고 손님을 받기를 반복했다. 평양냉면 대신 의외로 갈비탕이나 육개장을 주문하는 손님도 많았다.
예전에 오장동 함흥냉면거리에서 함흥냉면을 먹어본 적은 있는데, 평양냉면은 이번에 처음이다.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입맛에는 평양냉면은 제대로 간을 하지 않은 듯한 밍밍한 맛일 수 있다. 나도 처음 육수를 마셨을 때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맛이 심심했다.
김치 맛도 없는 듯 있는 듯한 묘한 맛이다. 하지만 고명으로 올린 고기와 배, 그리고 메밀면을 먹으면 먹을수록 맛의 깊이가 느껴졌다. 특히 육수의 뒷맛이 오래갔다. 처음의 그 심심한 맛이 진한 육향이 메밀면을 다 먹을 즈음 느껴졌다.
우래옥(又來屋). 음식점 이름 그대로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고기 육수가 맛있는 만큼 갈비탕과 육개장도 일품일 것 같다. 다음에 올 때는 육개장을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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