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체력은 여행의 필수다. 아무리 여장을 가볍게 준비한들 가방과 카메라를 걸쳐 매고 장시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여행할 때 틈틈이 읽을 책과 삼색볼펜을 꼭 챙겨간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운데, 걷다 보면 가방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여행 장소에서 챙긴 팸플릿이며, 기분 탓으로 산 기념품들, 그리고 마시다 만 음료수까지 가방에 차곡차곡 집어 넣다보면 가방은 금새 빵빵해진다.
많이 걸을 때는 하루 2만 보 이상 걷을 때도 있는데, 완전군장한 군인의 야간행군에 버금가는 강행군이다. 그래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 떠난 여행. 누구를 탓하랴. 혹사시킨 내 다리에 미안할 따름이다. 날씨가 너무 좋아 계획없이 무작정 온 안국역. 북촌한옥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난 다음 늦은 점심을 먹고, 심기일전해 다시 인사동으로 이동했다. 내 젊음 하나만 믿고 쉼 없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북촌한옥마을에서 낙원상가 방향으로 쭉 내려와 오른쪽 골목길을 따라 인사동거리로 들어갔다. 인사동 네거리에서 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더 이상 움짝달싹하지 못할 정도로 다리가 무거워졌다. 강철 체력 못지않게 여행 도중에 틈틈이 잘 쉬는 것도 여행의 필수다. 인사동에 온 김에 전통찻집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피로를 풀 생각이었다.
인사동 네거리에서 탑골공원 방향으로 걷으면서 우연찮게 발견한, 꽃을 담은 전통찻집 꽃담은 인사동길 새마을금고 맞은편의 와담빌딩 2층에 위치해 있다. 스타벅스와 오설록과 같은 커피숍도 있었는데, 인사동까지 와서 굳이 프렌차이즈형 커피숍을 이용한다는 게 왠지 발길이 내키지 않았다.
인지도가 부족할 탓일까. 가게 이름도 예쁘고, 매장 분위기도 좋은 데다가 인사동길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2층의 전망 좋은 전통찻집인데, 매장은 너무 한가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커피잔의 손잡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책을 꺼내놓고, 읽는둥 마는둥. 창밖으로 물끄러미 인사동길을 내려다 보면서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서서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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