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헌책방거리는 이제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규모가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평화시장 로터리에서부터 광장시장으로 가는 길목까지 청계천을 끼고 헌책방이 즐비했는데, 이제 남은 헌책방은 고작 이십 여 개 정도뿐이다.
예전처럼 영한사전이나 영영사전, 옥편과 같은 사전류가 잘 많이 팔리던 시대에는 그나마 헌책방이 나름의 큰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사전을 종이책으로 보는 젊은층의 수요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또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인터넷 중고책이 자리매김하면서 이곳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기웃거리다보면,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노년층이다. 이 분들마저 이곳을 떠난다면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그저 허울뿐인 옛이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잠시 한 헌책방에서 걸음을 멈췄다.
좁은 헌책방에 켜켜이 쌓여 있는 세월만큼 연세가 지긋한 선생님께서 간이 의자에 앉아 책 삼매경에 빠져 계셨다. 내 인기척을 느끼셨는지, “뭐 찾는 책이라도 있냐”고 물으셨다. 잠시 둘러본다고 대답하니, 의자에서 일어나 그 좁은 헌책방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리를 내어주었다.
헌책방의 묘미는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헌책 중에서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하는 것이다. 비교적 책의 상태가 좋거나 최근에 간행된 책은 대부분 상단에 올려져 있다. 물끄러미 책더미를 살펴보고 있으면 내 손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 유독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 이어령과 김정운의 책을 발견했다. 책의 상태도 양호하다. 가격은 확실히 알라딘 중고서점보다 저렴했다.
우스개소리로 높게 쌓여 있는 책더머에서 “저 아래에 있는 책을 빼달라고 하면 화내시겠죠?”하고 말하자 어르신께서 웃으며 “빼줄 수는 있는데, 그냥 쌓아 놓은 쓸모없는 책이라고” 했다. 두 권의 책을 5,000원에 아주 저렴하게 구매하고, 천계천을 거닐었다.
가방이 묵직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역시 헌책방은 방문하는 재미가 있다. 일본 도쿄의 고서점거리, 진보쵸처럼 청계천 헌책방거리가 좀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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