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여전히 엄두가 나지 않아, 주말에는 왠만하면 차를 이용해 근교로 놀러 간다. 그러던 차에 와이프가 직장 동료한테 '조형아트서울' 초정 관람권을 받은 덕분에 모처럼 지하철을 타고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다.
코엑스로 가는 도중에 딸을 어르고 달래며 간신히 삼성역에 도착했다. 전시를 둘러보기 전에 18번 완당명가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는데,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 탓인지 금세 출출해졌다.
별마당도서관을 거쳐 코엑스 전시장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방문한 날은 ‘조형아트서울’ 전시회 마지막날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딸에게 예술 작품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였다.
‘조형아트서울’의 좋은 점은 다양한 국내외 작가의 조형 예술 작품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캔버스에 그린 평면 그림보다는 눈앞에 놓인 입체적인 조형 작품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딸은 마치 큰 장난감 가게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조형 예술 작품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도 처음에는 큰 기대하지 않고 잠깐 둘러보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흥미로운 작품이 많아 전시회장을 다 둘러봤다.
사실, 예술 작품보다는 딸의 모습을 찍는 데 여염이 없었다. 예술 작품 앞에서 선 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기 때문에, 가끔 딸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작품들을 가르키며 일깨워준다.
맥도날드에서 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운좋게 의자에 앉혔는데, 피곤했는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결국 지하철을 내려 마을버스를 갈아탈 때까지 내가 안아줘야 했다. 아직 다섯 살 딸에는 대중교통이 힘든 모양이다.
오롯히 내 품에 기대어 잠든 딸을 안을 수 있는 건도 이 순간뿐이다. 더 크면 이제 더 이상 안아줄 수 있도 없기 때문에 조금 힘들더라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이다. 앞으로도 자주 딸을 데리고 예술 작품을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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