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처님오신날에 용인 와우정사에 다녀왔다. 믿거나 말거나 와이프의 기도가 효험이 있었는지, 작년 10월에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연봉도 많이 올랐다. 특히 대표님과 부대표님의 총애를 받으며 입사한 지 5개월만에 ‘차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게다가 틈틈이 여 부대표님께 옷과 화장품, 명품 여권케이스 등 선물을 받으며 꽤 만족스러운 직작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는 와이프가 부처님오신날을 깜빡했는지, 절에 가자는 말이 없다가 느닷없이 저녁이 다 되서야 절에 다녀오고자 했다. 와이프의 기도의 효험을 믿는 셈치고, 집에서 가까운 절에 다녀오기로 하고, 성남 봉국사로 향했다.
성남 봉국사는 성남 구시가지 태평2동에 위치해 있다. 구시가자가 원래 산동네라지만 태평2동은 그야말로 단독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산동네 중에서도 산동네다.
대광명전(大光明殿)에 들르기 전 가족과 같이 기도를 드리고 나서, 나는 산중턱 갓길에 주차한 차를 다시 끌고 내려와 봉국사에 주차했다. 주차 공간을 걱정해 산중턱에 차를 세워놓고 내려왔는데, 늦은 오후 무렵이라 붕국사에 주차 공간이 있었다.
성남 봉국사는 1028년 고려 현종 때 창간된 천년의 고찰이다. 1673년 조선 현종이 일찍 세상을 떠난 딸 명혜와 명선의 명복을 빌기 위해 중창한 후 ‘봉국사’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봉국사를 익히 들어왔지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와이프의 기도하는 모습에는 진지함과 절실함이 묻어 있다. 올해는 어떤 기도를 드린 걸까. 그 기도의 바람대로 올해도 좋은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딸은 마냥 즐거운지 재잘거리며 내 손을 이끌며 경내를 돌아다닌다. 해가 서서히 지면서 날씨가선선해진다. 실생활의 부산함을 잠시 잊게 해준다.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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