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미세먼기 농도가 나빠도 화창한 봄 날씨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은 막지 못한 듯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석촌호수를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씁쓸하면서도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안타깝게 했다. 석촌호수를 한 바퀴 산책하고 허기가 질 쯤, 석촌호수에서 가까운 일본우동전문점 '미타우동'으로 부리나케 걸어갔다.
‘미타우동’은 일본 우동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우동가게다. 다양한 우동과 튀김을 맛볼 수 있는데, 여느 일본의 한 우동가게를 상기시키는 분위기다.
우선 가게 입구 앞에 놓인 무인 주문 키오스크 앞에 서서 직접 메뉴를 선택하고 결재를 해야 한다는 점이 그랬다. 주문서를 챙겨 빈 테이블에 앉아 주문서를 주문서꽂이에 꽂아 놓아야 했는데, 일본처럼 종업원이 주문표의 반을 잘라 가져가식 식은 아니었다. 또 영수증은 따로 없었다.
그 다음은 오픈식 주방이다. 건장한 남자 세프 세 명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모자 색깔은 각기 달랐다. 모자 색깔로 주방 역할이 나뉘는 것 같았다.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잠시 앉아 기다리면 남자 세프가 맨손으로 탱글탱글한 우동 면발을 다루는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을 지켜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예회에서나 볼 법한 다소 아마추어적인 일러스트 형식의 음식 설명이다. 무인 주문 키오스크 바로 위에 붙어 있는데, 사실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확인하기 어렵다. 각각 테이블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든가 이 집만의 노하우 등을 설명한 리플릿이 있었다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훑어볼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이처럼 일본의 한 우동가게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렇다고 일본 우동가게의 겉보기만 그럴싸하게 모양새를 낸 곳이 결코 아니었다. 테이블에 앉자 쯔유 소스와 단무지, 물컵, 그리고 미니국자가 나왔다.
잠시 뒤 그릇에 담긴 야마카케우동(山かけうどん)을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면 위에 곱게 간 참마와 계란노른자, 그리고 피가 얹어 나왔다. 면발은 찰기 있고 탱글탱글하다. 결코 모양만 흉내낸 우동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기호에 맞춰 쯔유를 적당히 부은 뒤 면과 참마, 계란노른자, 파를 잘 섞어 후루룩 면발을 빨아 들이면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한 면발과 참마, 계란노른자의 끈적끈적한 식감이 압권이다.
그동안 내가 먹어 본 우동과는 차원이 달랐다. 야마카케우동을 다 먹기 전에 서둘러 다시 야채튀김을 주문했다. 갓 튀겨낸 야채튀김을 쯔유에 찍어 먹으면 야채 본연의 식감은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튀김옷의 바삭바삭한 식감도 살렸다.
참고로 가격은 야마카케우동은 10,000원, 야채튀김은 3,000원이다. 무인 주문 키오스크 이외에 다른 메뉴판이 없었기 때문에 미타우동의 메뉴와 가격을 전부 확인할 수 있없다. 다른 메뉴는 다음 기회에 하나하나 공략해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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