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사거리에서 덕성여자중고등학교를 지나 정독도서관으로 가는 길을 감고당길이라고 불린다. 숙종의 계비였던 인현왕후의 친정 감고당이 이곳에 자리하였다고 그렇게 불리는데, 인사동에 비해 번잡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감고당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카페 보라’가 나온다.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빙수 맛집이라는 카페 보라의 현수막과 안내표지판이 눈에 띈다. Business Insider MIC news에 소개된 2018년에 가야할 전세계 26개 최고의 맛집이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데, 이런 작은 카페를 해외 언론사에서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종로3가에서부터 시작해 인사동길을 따라 조계사를 거쳐 한 시간은 족히 넘도록 걸은 탓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잠시 숴어갈 겸 ‘카페 보라’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모자를 뒤집어놓은 듯한 보라색 로고가 심플하다. 메뉴는 크게 빙수/아이스크림, 조선탄산수, 커피, 원물 라떼, 베이커리류가 있는데, 독특한 네이밍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선탄산수에는 자두탄산수와 유자탄산수, 오미자탄산수, 매실탄산수가 있으며, 커피에는 조선커피와 월남커피가 있다.
2평 남짓한 가게는 직원 한 명이 있다. 보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잠시 자리에 앉아 입구 포렴에 적혀 步拏라는 한자를 살펴보니, 걸을 보(步)에 붙잡을 라(拏)다. 걸음을 붙잡는다라는 의미와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좋은 네이밍이라고 생가된다. 로고의 색깔과 자주빛의 아이스크림 빛깔에서 보라색의 보라를 순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한자 조어였던 것이다.
보라 아이스크림에 생화를 데코레이션으로 올려놓았다. 생화를 먹는 거라고 생각하고 조금도 말설이지 않고 입에 넣고 씹었더니 씁쓸한 맛이 강해 아이스크림을 떠먹었다. 아이스크림 맛이 달지 않고 감미롭다. 아이스크림이 서서히 녹기 시작할 때 여름의 무더워도 잠시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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