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 날, 노코지마 섬(能古島)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풍랑이 거셌고, 버스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인 끝에 다시 시내로 돌아갔다.
나카스가와바타(中洲川端)를 중심으로 나카 강(那珂川)을 따라 발길이 닿는대로 정처없이 거리를 해맸다. 잠시 발길을 멈춰 서 사진을 찍고, 또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그렇게 걷고 또 사진을 찍었다. 서서히 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목적지가 있었다면 아마도 그 목적지만 염두에 두기 때문에 거리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목적지 없이 아무렇게나 걸은 덕분에 주변 풍경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 것 하나 평범하게 보이는 게 없었다.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도시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하는 듯했다. 독특한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고, 허름한 건물 앞에 세워둔 트럭이 새삼 달라보였다.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옷차람과 표정도 눈에 들어왔다. 목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일까? 노코지마에 가지 않고 발길을 돌린 게 내심 아쉬웠는데, 걸으면서 마음이 홀연 홀가분해졌다.
주차장을 지나치면서 본 댄스 강습소 간판과 우연히 길을 잃고 들어간 한 주택가의 외관 인테리어도 내 발길을 멈췄다. 이런 사소한 풍경이 후쿠오카라는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고 있었다.
다시 나카 강을 따라 걷었다. 더 이상 두 다리가 지탱하지 못할 만큼 지쳐갈 때쯤, 캐널 시티(CANAL CITY)에 도착했다. 도착했다라기보다는 걷다보니 눈앞에 캐널 시티가 있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신발을 벗어져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앉았다.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 그들의 대화가 나카 강의 찬찬한 물결 소리와 바람 소리가 한 데 섞여 들려온다. 화창한 어느 오후의 날씨가 마치 축복처럼 느껴진다.
어디를 갈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여행 중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잠시 벗어나 아무 계획도 목적도 없이 걸은 이 시간이, 그리고 나카스가와바타의 거리 풍경이 내 마음 속에 두고두고 오랫동안 간직되었다.
나카 강 주변 풍경은 낮과 밤이 현저히 다르다. 밤에 걷는 나카 강은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후쿠오카 명물 야타이를 비롯해 나카 강 주변에 맛집이 많이 있으니 저녁에 산책 삼아 걷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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