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成都)에서부터 황룡(黄龙)까지 420km가 넘는 긴 여정은, 오후가 저물러 갈 무렵에야 겨우 송주고성(松州古城)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주고성은 세계문화유적 구채구(九寨沟)와 황룡을 가기 위해 거쳐가야 할 관문이다. 이미 버스 안에서 지칠 대로 지쳐 버렸는데, 오아시스와도 같은 송주고성에서 잠시 꿀맛과도 같은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구만리. 20분이라는 짧은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아바장족강족자치구(阿坝藏族羌族自治州)는 물이 귀해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1위안을 내야 한다. 화장실을 안 가겠다고 때쓰는 딸을 억지로 데리고 소피를 해결하고 난 뒤, 양꼬치를 사서 송주고성의 성곽을 따라 걸어 올라가며 먹었다.
송주고성의 전체 길이는 6.2km에 달하며, 그 폭은 30m, 높이는 12.5m다. 높은 성루에는 번뜩이는 창을 들고 보초를 서는 경비병의 조형물이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송주고성의 정문까지 가는 데만 해도 5분은 족히 걸리니 왕복 10분은 소요된다. 정문에서 사진 찍고 노락거리다 보면 시간이 촉박해 송주고성 안으로 들어가는 건 엄두가 안 난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동일한 패키지라고 하더라도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송주고성을 스킵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처럼 잠시 송주고성에 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이드의 말마따나 날씨가 굉장히 좋은 덕분에 버스 이동이 순조로워, 송주고성을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이다.
송주고성은 장족(藏族)과 강족(羌族), 한족(汉族)이 함께 살고 있는 곳으로 다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지만, 옛날에는 고성과 교통 요지를 둘러싸고 수많은 전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송주고성의 높은 성곽에서 각 민족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는데, 송주고성 정문 앞에 우뚝 서 있는 한장화친(汉藏和亲), 즉 한족과 장족의 화친이라는 조형물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해가 지면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지만, 언제 또 여기에 와보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창으로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붙들 기세로 하염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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